Unbound-ary Skin: Polar to Abyss, 2026
at. KP gallery, Seoul 2026.02
artist statement
극 과 극을
응시하다 보면
경계가 모습을 드리운다.
경계에 서 있었다.
늘,
경계하며.
경계(境界)는 경계(警戒)를 만들고,
경계는 ‘나’를 가둔다.
경계선이 생기는 순간, 실재는 선 밖으로 밀려난다.
인식된 경계는
자신을 흐리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경계를 지워 나갈수록
자유로움과 인식의 확장을 느낀다.
언젠가 ‘나’라는 경계 또한
흐려지길
사라지길
소망한다.
무아. 無我
전시 서문
무아(MooAaa 無我) 작가의 작업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계인으로서의 소외감과 혼돈,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생겨나는 애착과 같은 개인적인 감정에서 출발한다. 이는 매일 다양한 역할을 요구받는 삶 속에서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기 두려워하는 현대인의 감정과 닮아있다.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흔들리는 가치관과 기준 속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이행된다. 작가의 작업은 이러한 질문에 단순히 답하기보다, 질문과 질문 사이에 생겨나는 공백에 주목하며, 질문이 발생하기 이전의 상태를 향한다.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비추는 타인의 시선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과 타인의 실재가 분리되어 있음을 인지하게 되며, 아이러니하게도 이 분리는 외부 세계를 경험하는 접점이 된다. 구분선을 중심으로 내부를 지키기 위한 투쟁과 외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공존한다. 다름으로써 존재를 증명하고 보호막 안에서 안심하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외부를 궁금해한다.
그러나 삶에 작은 균열이 생기고, 서 있던 무대가 흔들리는 순간, 거울 속의 내가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때 보는 나와 보여지는 나, 안과 밖, 삶과 죽음처럼 서로 마주 서 있던 것들이 흔들리며 뒤섞인다. 사이를 구분하던 막이 사라지자, 무엇이 어디까지 나인지 더 이상 분명하지 않게 된다. 이름을 잃고 역할과 의미, 규칙이 모호해지며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부유하게 된다. 막이 사라진 자리는 참을 수 없는 어지러움을 자아낸다. 그 공백을 견디기 위해, 균열을 만들었던 것들을 다시 바라보고, 상처와 애정을 동시에 안겼던 사람들을 떠올린다. 이윽고 그들의 시간과 사라진 것들을 닮은 그림자들이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하고, 이전까지 너였던 것들이 나로 스며들어 온다.
이 과정에서 발견하는 것은 이분법적인 구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이며, 더 나아가 애초에 경계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질문이다. 이러한 감각은 작가 개인의 내면에서 출발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정체성을 유예한 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무너졌기 때문에 새로운 기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또한 이 지점에서 생겨난다.
무아는 이렇게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뚜렷한 기준과 경계,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낸 가치가 무너지는 순간을 포착한다. 작가는 그 붕괴를 끝이 아닌, 오히려 다르게 태어날 수 있는 가능성으로 바라본다. 피어나는 생명력과 흔들리는 정체성을 동시에 품은 젊은 작가의 내적 혼돈에서 비롯된 작업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내면을 닮아있다. 이 흔들림과 울렁임은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찾아 바깥으로 확장해 나가는 성장 서사와는 다르다. 오히려 경계를 완전히 허물고, 흡수와 합일을 지향하며, 이를 통해 자유로운 확장을 시도한다.
경계에 선 작가의 불안과 고민, 그리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시도는 극적인 감각(Polar)에서 본질을 마주하는 심연(Abyss)으로 나아간다. 이 여정을 따라가며 우리는 우리 내면에 자리한 불안과 심리적 갈망을 함께 성찰하게 된다.
글. 이정은
artist statement
극 과 극을
응시하다 보면
경계가 모습을 드리운다.
경계에 서 있었다.
늘,
경계하며.
경계(境界)는 경계(警戒)를 만들고,
경계는 ‘나’를 가둔다.
경계선이 생기는 순간, 실재는 선 밖으로 밀려난다.
인식된 경계는
자신을 흐리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경계를 지워 나갈수록
자유로움과 인식의 확장을 느낀다.
언젠가 ‘나’라는 경계 또한
흐려지길
사라지길
소망한다.
무아. 無我
전시 서문
무아(MooAaa 無我) 작가의 작업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계인으로서의 소외감과 혼돈,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생겨나는 애착과 같은 개인적인 감정에서 출발한다. 이는 매일 다양한 역할을 요구받는 삶 속에서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기 두려워하는 현대인의 감정과 닮아있다.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흔들리는 가치관과 기준 속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이행된다. 작가의 작업은 이러한 질문에 단순히 답하기보다, 질문과 질문 사이에 생겨나는 공백에 주목하며, 질문이 발생하기 이전의 상태를 향한다.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비추는 타인의 시선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과 타인의 실재가 분리되어 있음을 인지하게 되며, 아이러니하게도 이 분리는 외부 세계를 경험하는 접점이 된다. 구분선을 중심으로 내부를 지키기 위한 투쟁과 외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공존한다. 다름으로써 존재를 증명하고 보호막 안에서 안심하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외부를 궁금해한다.
그러나 삶에 작은 균열이 생기고, 서 있던 무대가 흔들리는 순간, 거울 속의 내가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때 보는 나와 보여지는 나, 안과 밖, 삶과 죽음처럼 서로 마주 서 있던 것들이 흔들리며 뒤섞인다. 사이를 구분하던 막이 사라지자, 무엇이 어디까지 나인지 더 이상 분명하지 않게 된다. 이름을 잃고 역할과 의미, 규칙이 모호해지며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부유하게 된다. 막이 사라진 자리는 참을 수 없는 어지러움을 자아낸다. 그 공백을 견디기 위해, 균열을 만들었던 것들을 다시 바라보고, 상처와 애정을 동시에 안겼던 사람들을 떠올린다. 이윽고 그들의 시간과 사라진 것들을 닮은 그림자들이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하고, 이전까지 너였던 것들이 나로 스며들어 온다.
이 과정에서 발견하는 것은 이분법적인 구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이며, 더 나아가 애초에 경계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질문이다. 이러한 감각은 작가 개인의 내면에서 출발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정체성을 유예한 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무너졌기 때문에 새로운 기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또한 이 지점에서 생겨난다.
무아는 이렇게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뚜렷한 기준과 경계,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낸 가치가 무너지는 순간을 포착한다. 작가는 그 붕괴를 끝이 아닌, 오히려 다르게 태어날 수 있는 가능성으로 바라본다. 피어나는 생명력과 흔들리는 정체성을 동시에 품은 젊은 작가의 내적 혼돈에서 비롯된 작업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내면을 닮아있다. 이 흔들림과 울렁임은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찾아 바깥으로 확장해 나가는 성장 서사와는 다르다. 오히려 경계를 완전히 허물고, 흡수와 합일을 지향하며, 이를 통해 자유로운 확장을 시도한다.
경계에 선 작가의 불안과 고민, 그리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시도는 극적인 감각(Polar)에서 본질을 마주하는 심연(Abyss)으로 나아간다. 이 여정을 따라가며 우리는 우리 내면에 자리한 불안과 심리적 갈망을 함께 성찰하게 된다.
글. 이정은